순간을 붙잡는 기록의 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주랑아
2021. 2. 1. 10:09

밀리의 서재로 9번째 완독한 책.
가볍게 읽혀서 아침에 출근할 때
집에서 심심할 때 쭉쭉 읽을 수 있었다.
찐 문과에게 가끔 양자가 어떻고... 빛의 속도
(라고 하면 빛의 속도로 차여본 적이 있나? 밖에 안 떠오르는)
가 어떻고 하는 단어들이 여전히 생소하고 낯설지만
한켠으로는 SF영화들이나 드라마에 우리가 얼마나
관심이 많고 노출이 많이 되었나 느끼게 되었다.
마블 시리즈를 재밌게 봐서 양자역학이라던지
또 다른 우주라던지 하는 이야기들이 좀 더
생생하게 다가온 면도 있었으니까.
그래서 더 재밌었던 건
우리나라에서 이런 소설이 나와서 인기가 있다는 것.
딱딱하게 느껴지는 이과의
세상에서 대놓고 감동을 주려하지 않아도
어디선가 스며드는 듯한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것.
그 소재가 우주와 미래에 대한 상상이라는 게
끝까지 책을 쥐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에서 재경이
다른 우주로 넘어가기 위해 몸을 개조하고 혹독한
훈련을 이겨내고도
가봤자 어차피 비슷한 풍경일 것이다
라는 내용의 말을 하고 사라져버린다.
나도 역시 힘들게 힘들게 일하고 공부해서도
어차피 끝이 눈에 보이는 것들이 있어
사는게 시시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왠지 비슷한 맥락같다.
모두가 기대하고 원하지만 내게는 시시하고
비슷한 풍경일 거라면 내가 보고싶은 풍경을
보러 가는 것도 현명한 선택일테지.
출근길 독서는 왠지 뿌듯해지지만
기억에 쉽게 남지 않는것이 나의 한계다.
제대로 기억하려면 두 세 번은 정독해봐야겠다.
한 해의 시작을 온통 판타지로 채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