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첫 기록이자 2020년에 대한 고찰
쌓이는 시간이 드러나는 것은 역시 기록인 것 같다.
2020년의 마무리가 썩 기분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기록은 해봐야지.
2020년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일적으로는 같은 프로그램을 하는데도 맡은 일들이 달라졌고, 팀 구성원이 변했고, 변할 것이다.
격주로 진행되는 일들에 서서히 익숙해졌다. 물론 그럼에도 스트레스의 총량이 변하지는 않는 것 같다.
분명 올해 초까지만해도 코로나가 이렇게까지 세계를 뒤집고 내 생각도 뒤집고 일상을 뒤집을지는 몰랐다.
2.5단계가 격상되고 나서 밤 9시 퇴근길엔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거리의 간판들이 절반은 불이 꺼지고
걸어다니는 사람 하나 없이 오토바이들만 쌩쌩 다니던 도로. 비 내린 도로의 축축한 냄새와 간간히 가게에서 들려오는 뉴스 소리.
SF영화 속에서 살아남은 한 명이 된 기분이 드니, 어쩌면 우리가 영화 속 지나가는 행인1이 아닐까 하는 상상까지 했다.
지나온 당연한 것들에 고마움을 느꼈다. 입학식과 졸업식, 수학여행을 가고, 대학교에 입학하고, 대학교를 가기 전 신나게 놀았던 시간들과
술 마시며 자연스럽게 돌아다니던 거리들, 떼창을 부를 수 있었던 축제와 OT, MT, 농활 등등등.
살면서 몇 번 없는 이벤트들을 당연하게 생각했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만큼 비현실적인 현실을 살아내느라, ‘살아있다’ 가 목표였던 한 해였다.
살아있기 위해, 남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집콕을 하다보니 이사를 가고 싶어졌고 집이 나에게 주는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해본다.
그렇게 집에 대해서 수년을 말해왔지만 스스로에게 닿는 의미는 무언지 제대로 생각해 본적이 없다는 게 놀라웠다.
내게 집은 그저 일 하기 위해 올라온 이 도시에서 잠을 잘 곳, 밥을 먹을 곳, 퇴근과 출근을 위해 있는 곳이었다.
좀 더 입체적인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사치였던 것 같다.
그래서 2021년에는 좀 더 나은 공간으로 이사를 계획하게 되었다.
일에 대한 고민으로 다시 돌아와, 나는 이 일을 몇 살 까지 할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늘 들끓는 삶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다.
그래서 스마트 스토어도 해보고 블로그 글쓰는 일도 해보고 시도는 해보았다.
물론 스마트 스토어는 하나도 안팔렸고 글쓰는 일도 같은 키워드가 반복되고 페이가 너무 적어
노력대비 수입이 너무 떨어지기에 그만 뒀지만, 고민만 하다 끝난 한 해가 아님에 스스로 잘 했다고 생각한다.
스마트 스토어는 한 번 해봤으니 정말 다음에 좋은 아이템이 생기면 다시 도전해보리라, 하고 잠정적인 폐쇄니까.
해보니 재미는 있더라만.
공부에 대한, 지식에 대한 자신감이 점점 떨어져서 뭐라도 해보고 싶었는데 올해도 그럴싸한 시험을 본 적도 없고
준비는 늘 일주일에서 끝났다. 2021년에는 꼭 면허라도 따봐야겠다. 왠지 면허를 따고 운전을 하게 되면
비로소 어른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31살에 이런 얘기 어디가서 하면 좀 부끄럽지만. ㅎㅎ
어쨌거나 저쨌거나 있는 관계를 잘 유지해 왔다는 것도 중요하다.
마음 다치는 일도 훨씬 적어졌고 잘 웃었다. 그만하면 됐다.
욕심은 스스로에게만 부리자. 있는 그대로 좋아하고 고마워해야지.
그러고보니 2020년은 내게 “당연한 건 없다”는 말로 일맥상통하네.
나의 노력도 당연하지 않았고, 나의 관계도 당연하지 않았다.
나의 추억들도 당연한 것들이 아니었고 나의 경험도 당연하지 않았지.
특별하진 않지만 당연하지도 않다. 2021년은 또 어떨지, 기대를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