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는내일기장에

꾸준히 하는게 목표였는데, 5달 만의 복귀 :)

주랑아 2020. 10. 10. 19:49


제목부터가 이미 틀려먹은 블로그가 되어버렸지만
에너지 넘치고 혼돈과 정열이 넘쳤던 여름이란 계절 탓이었다고
핑계대어본다.
모순적이지만 이번 여름은 그렇게 에너제틱 하지도 즐겁지도 않았다.
2020을 부유한 모든 사람이 그럴 것이다.
회색빛의 한 해. 어떤 기억도 선명하지 않고 뿌옇게, 그저 그런 감정들로 채워진 한 해를
이제 두 달 남겼다.

그리고 그동안 오랜 몸살을 앓은 듯이 고민을 참 많이 했더랬다.
그 고민이 끝나서, 말끔히 해결되어서 블로그를 다시 찾은거였다면 참 좋을텐데
애석하게도 난 여전히 혼돈의 카오스 속을 헤매고 있다.

20대에 하지 않은 고민을 너무 몰아서 한 해에 하고 있나 싶을정도로, 머릿속이 참 복잡하다.
어떤 유튜버는 그러더라고. 인생이 꼬이는 수순 중에 하나가 20대에 충분한, 깊은 고민이 없이 방황을 하는 것 때문이라고.
방황없이 한 우물을 팠지만 여전히 헤매고 있는 사람이 여기있는데, 나는 인생이 꼬이고 있는걸까?

나는 깊은 고민 없이 일을 시작하긴 했다. 스스로를 너무 잘 알았기때문에...ㅎㅎㅎ
얽매인 것이 너무 싫고, 야외활동을 좋아하는데, 무시 당하고 싶지 않고, 끈기가 없이 (이 블로그를 방치해놓은 것처럼), 새로운 것을 항상 찾는.
내 성격에 딱 맞는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고, 지금도 딱히 틀린 결정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일을 햇수로 8년을 하다보니 지금 내가 내 연차에 맞는 실력인지, 실력있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넘쳐나는지 (ㅠㅠ)
내가 진짜 이 일이 맞는건지, 앞으로 10년, 20년을 쭉 할 수 있는 일인지에 대한 고민이 생기더란다.
한 가지 일을 5년동안 했으면 질릴때가 됐긴 했지. 이렇게나 쉽게 질려하는 사람이 그만큼 버텼으면 잘 버텼다고 스스로 위로하면서도,
아니 내가 질려할만큼 지금 잘하고 있는건가? 싶은 생각도 들고. 그래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친구들이 하나 둘 안정적인 일을 찾아가는 걸 보며 조급해지기도 한다.
내가 혹시 잘못 이해하고 있는걸까?
내가 지금, 깊게 고민하고 싶지 않아서 쉽게 내린 선택이라고 치부해버리고 있는걸까?
늘 치열하게 고민했는데, 결과는 없다.
(없어요. 아니 그냥 없어요. 아니 없어요!!!!)

명절 동안 꿀 같은 시간들이 주어졌다.
이 치열한 고민과 스스로 하던 질의응답을 드디어 마치리라.
그리고 마침표를 찍는 쾌감을! 꼭! 누리고 말리라.
라는 명절 전 날의 기대와 달리 마지막 날은
내일 출근이구나...
똑같은 마음과 똑같은 생각 ㅎㅎ
그렇지만 다행인건, 엄마와 한바탕 묵힌 수다를 떨고 나니 마음의 몸살은 어느정도 해소가 된 것 같았고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았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안정적인 직장이 맞나? 안정적인 생활이 맞나? 그걸 이룬다면 나는 “잘” 살 수 있을까?

솔직히, 이룬다면 만족 못할 것도 없을 것 같다.
이루기 위해 하기 싫은 일들을 해 낸 내 스스로가 졸라 뿌듯하겠지
그리고 지루하고 반복되고 어이없고 답답한 회사 생활의 연속에서 내일은 때려쳐야지 하면서도
남들 쉬는 날 쉬고, 따박따박 오르는 월급이 있고, 결혼을 해도 우리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아늑한 삶.

헷갈리면 안 된다. 하기 싫은 공부를 피하기 위한 도피로 생각하지 말아야한다.
남들이 원하는 걸 나도 얻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대신, 내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남들의 두 배, 세 배는 노력해야한다.
그럼 내가 원하는게 뭘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나는 끈기가 없어서 늘 새로운 걸 원한다. 지금 내 취미는 EPL 축구 경기를 보는 것, 유례없는 맑은 서울 하늘을 보는 것 (코로나가 끝나면 없어질 것 같아)
주저리주저리 글을 쓰는 것, 새로운 공간을 가는 것, 가사에 몰입하지 않을 수 있게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팝 플레이리스트를 듣는 것, 등등.
하고 싶은걸 열심히 해보기로 했다.

하기 싫은 걸 할 줄 알아야 어른이라고 했는데,
나는 서른이어도 하기 싫은건 너무 하기 싫다...
그래서 하고 싶은 거라도 열심히 해봐야겠다.
생각을 기록해 모아야지. 꾸준히. 열심히.

그 모인 생각들이 나의 치열한 고민과 걱정을 해결해준다면 그것만큼 좋은게 없을 것 같다.
그 기록들이 뼈를 만들고, 살을 붙이고, 눈과 코, 입과 귀가 생겨서 내게 손을 내밀어준다면
그게 언제든 깊이 깊이 포옹해야지.

그리고 그 유튜버처럼 확신에 가득 찬 표정으로 말하고 싶다
“하고 싶은 걸 뒤지게 열심히 하면서 살면, 하기 싫은 걸 최대한 안해도 살 수 있어요!”